전태일 열사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 환경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등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제도가 생겨났지만, 아직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노동 투쟁을 이어 오고 있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조에 대해 알아보자.
조선하청노동자는 왜 30m 철탑에 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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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사건의 전말을 살피자면, 2016년 조선업이 불황이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선업은 인력을 대거 구조조정했고 이 과정에 사내협력사 상용직(이하 '본공')의 임금은 대폭 내려가 기존 550% 달하던 상여금은 0%까지 삭감됐다. 이것이 갈등의 시작점이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인 거제, 통영, 고성 조선하청지회 노조 등은 빠르게 임금과 단체협약(이하 임단협)에 나섰다. 그 결과, 2019년 직영 노동자와 동일한 성과급 지급 등 합의를 이끌어냈다. 다만, 이는 금세 무용지물이 됐다. 하청업체들이 폐업과 정리해고로 눈을 돌리면서 유연한 인력 운용을 우선하게 됐기 때문이다. 비교적 해체가 쉬운 재하청 ‘물량팀’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조선업계 인력 이탈이 본격화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저숙련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겠다고 나서면서 업체들은 저임금 기조를 유지하며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았고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됐다.
그렇게 거통고지회는 2022년 6월 파업과 조선소 점거 투쟁이라는 초강수를 두기에 이른다. 당시 유최안 거통고지회부지회장 등 7명은 스스로 1㎥에 들어갔고 20m 높이 위에서 고공농성에 나섰다. 하지만 22년 7월 경찰은 거통고지회 압수수색에 나섰고 사측은 파업으로 피해가 발생했다며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을 거통고지회 간부 일부에게 청구했다. 이런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는 일하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에 대한 보복 및 협박과 다름이 없다. 결국 47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 앞에 거통고지회는 생계적 위협까지 받게 된 것이다. 손해배상은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유효하게 진행 중이다.
거통고 조선하청노동자가 30m 철탑에 오르게 된 전말을 알아보며 이렇게 힘든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더욱 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생계가 달린 절대 작지 않은 문제이며 또 이런 문제가 언젠가 나와 가까운 곳에서, 혹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절은 노동운동에 헌신한 노동자들의 희생을 추모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한 날이며 탄압에 저항하고 전 세계 노동자들의 단결을 뜻하는 날이다. 지난 과거 많은 희생을 거쳐 만들어진 노동절,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노동자가 있는 한 노동절의 뜻은 길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근로 환경 개선은 이뤄져야 하며 소외되어선 안 되는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현재의 노동 문제를 보며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노동문제들이 많다. 그러한 만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소외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소외되지 않고, 모든 노동자들이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사회가 오길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치겠다.